개요

맛없는 국에 재료를 하나씩 더 넣어 본 적 있나? 넣을수록 맛은 복잡해지는데, 뭘 빼야 맛있어지는지는 점점 모르게 된다.

Minor On Air가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. 광질에 협동을 얹고, 이동을 얹고, 이동하려고 또 뭘 얹었다.

그러다 친구가 Claude로 20분 만에 만든 3D 지뢰찾기를 해 봤다. 재료라곤 지뢰밖에 없는데 자꾸 손이 갔다.

회색 박스로 하자고 한 건 우리였다

1차는 광부가 바위를 캐는 게임이었다. 캐기만 하니 심심해서 도망가는 광물, 터지는 광물, 팀 점수를 넣었고, 둘이 해 본 판정은 “재미가 잘 안 느껴진다”였다.

그때 규칙을 하나 정했다. 프로토타입은 1주 안에, 제일 싼 형태로, 그래픽은 회색 박스로. 맛도 모르는 요리에 플레이팅부터 하지 말자는 거였다.

광부는 하늘에서 구름을 캐는 천사가 됐다. 구름섬 사이를 건너려고 캔 구름을 쏴서 반동으로 나는 이동을 넣었더니, 라면 끓이려다 냄비를 사러 가고 냄비를 사 왔더니 가스레인지가 없는 상황이 됐다. 반동 이동엔 구름 발사가, 출발할 대포가, 건널 섬을 깔 맵 생성기가 필요했다.

정신 차려 보니 회색 박스여야 할 화면에선 툰 셰이더와 VFX가 돌고 있었다.

우클릭 하나가 하루에 다섯 번 바뀌었다

좌클릭은 채굴, 우클릭은 구름 발사. 이 우클릭이 하루 만에 이렇게 바뀌었다.

점프 → 표면 밀어내기 → 구름탄 발사 + 다른 플레이어 밀기 → 바닥·허공 반동 차등 → 흡입 게이지

바뀔 때마다 이유는 있었다. 어디에 쏘든 똑같이 밀리면 어색하니까 바닥만 세게, 청소기 컨셉이니까 구름은 캐는 동안 빨려 들어오게.

웃긴 건, 피봇하던 주에 이 블로그에 내가 이렇게 써 뒀다는 거다. 레퍼런스 장치를 통째로 가져오면 뭐가 재미를 만든 건지 알 수 없다고.

그래 놓고 우클릭 하나를 하루에 다섯 번 갈아엎었다.

재료끼리 엉키기도 했다. 대포에 탄 채 우클릭하면 구름만 날아가고 몸은 그대로였다. 대포가 매 프레임 캐릭터를 좌석에 붙잡고 있었으니까. 안전바 내린 놀이기구에서 점프한 꼴..

다 돌아가는데 재미가 없다

둘이 다시 해 봤다. 섬도 건너지고, 반동도 튀고, 구름도 빨려 들어왔다. 재밌는 건 못 찾았다.

돌아보면 시작은 “병맛” 같은 매력 포인트 하나였다. 그걸 표현하려고 분위기, 기본 시스템, 트롤 시스템을 한꺼번에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재미를 만들기가 어려워졌다. 회의에서 내가 한 말이 이거다.

하나의 요소를 잡기 위해 여러 개들을 고려해서 볼륨이 계속 커짐. 커진 볼륨에서 재밌는 요소들을 하나로 뭉치는 데 노력이 더욱 많이 들게 됨.

팀원은 변수 쪽에서 봤다. 변수가 많으면 다 넣었을 때 재밌을지 계산이 안 되고, 가중치 조절도 어렵다고.

하나씩 빼 보면 알 텐데 그것도 안 됐다. 대포를 빼면 섬을 못 건너고, 섬을 못 건너면 반동이 의미가 없다. 재료가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.

둘 다 이 말에 공감했고,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.

소감

AI로 20분이면 게임 하나가 나오는 걸 보고 나니, 구현이나 시스템에 매달리기보다 단순하게 더 재밌는 걸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. 작은 단위로 빨리 만들어 보고, 재밌는지부터 보는 것.